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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nching! Amy Eujeny

2016년 10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서울 전시를 개최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VIP로 초청된 분 중에 한 분이 ‘저희도 시계를 만들고 있어요’라는 말씀을 하시고 청담동에 마련한 쇼룸에 초청해주셨는데 그곳이 바로 아미 에우제니Amy Eujeny였다. 반도체 설비 제조기업인 (주)화인의 김영덕 회장과 전지현 사장이 만든 회사다. 브랜드 명은 두 대표의 영문 이름, 유진 킴Eugene Kim과 에이미 전Amy Jeon에서 가져와 라틴식 발음으로 표기한 것으로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동반자를 의미한다고.

2012년 3월 사내에 신설한 정밀기계사업부로 시작해 2014년 2월 매뉴팩처를 짓고 스위스에서 한국 제조인력에 맞는 기계 설비를 들여와 본격적으로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얼리와 향수를 더해 아미 에우제니라는 이름 아래 제품을 만들었고 청담동에 쇼룸 및 부티크를 마련했다. 그간 크로노스나 포브스 등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포부를 밝힌 아미 에우제니는 드디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생산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월 7일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식 런칭 자리에는 프랑스 방돔 광장부터 이탈리아까지 찾아 가서 제작한 주얼리와 향수 제작 성지인 프랑스 그라스 지방에 가서 조향을 거친 향수, 그리고 가장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시계들을 모델들의 시연과 함께 소개했다.

‘애이미 스탠다드’라는 말을 만들 만큼 까다로운 검수 과정을 거친 파인 주얼리는 시그니처, 메카니코, 콜로라토, 에우제니, 비아찌오의 5가지 라인으로 플래티넘과  18K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목걸이, 반지, 귀고리 등으로 구성됐다. ‘찰나에 머물고 싶은 갈망’을 주제로 한 향수는 설립 연도에서 가져온 ‘아미 에우제니 2012’라는 이름으로 3,000병 한정 생산한다.  아마도 이 두 아이템이 아미 에우제니의 시드 머니를 가져다 줄 듯하다.

그리고 시계!  론진에 라이선스를 받아 제작한 삼성 론진이나 로만손, 최근 우림에서 선보인 아르키메데나 독파이트처럼 시계 제작 역사는 계속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무브먼트까지 직접 제조한 명맥은 끊어져 대부분 전문 무브먼트 제조사의 것을 쓰고 다이얼과 케이스 등 외관만 입히는 작업만 진행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미 에우제니는 여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직까지는 기존 무브먼트를 수정하는 수준이지만 점차 100% 국산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현재 출시한 제품들은 안정적이고 신뢰성 높은 ETA 무브먼트를 기본으로 베이스 플레이트, 로터, 다이얼, 케이스, 크라운, 스트랩의 폴딩 버클 등을 자체 제작하고 이를 검수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시계는 3가지 라인을 소개한다. 모두 시리얼 번호와 같은 이니셜과 번호로 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라인업을 보강하면서 차츰 바뀌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먼저 인생은 항해와 같고 이 시계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은 AE ST001은 크로노그래프와 날짜 기능을 가진 시계다. 로마자, 나침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표창 형태의 작은 초침, 물결이나 파장을 보여주는 V자가 반복되는 다이얼 패턴이 특징적이다. 케이스 지름은 45mm로 큰 편인데 티타늄(위 사진)과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이 있다.

티타늄 소재의 베이스플레이트에 18K 레드 골드 로터를 얹은 칼리버 AE 3001S는 28,800VpH, 25석, 48시간 파워 리저브된다.

작년에 이미 본 적이 있었던 AE TN001. 앞선 AE ST001과 같은 45mm의 케이스 지름이지만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바람의 탑, 오홀로지온Horologion에 영감을 받았다는, 여러 겹으로 이뤄진 팔각형 케이스는 더 크고 무게감 있어 보인다. 베젤과 케이스백, 러그는 18K 레드 골드, 미들 케이스는 카본 파이버로 제작한 레드 골드/카본 모델(사진 위)부터 티타늄, 티타늄/카본 등 블랙 다이얼까지 모두 5종류의 시계를 소개했다.

무브먼트는 역시 수정 무브먼트로 티타늄 베이스 플레이트에 18K 레드 골드 로터를 얹은 AE 3001T를 탑재했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끈 시계는 AE AT001 시계다. 모바도나 H.모저 앤 시에 시계처럼 다이얼에 인덱스나 눈금을 두지 않은 단순한 형태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18K 레드 골드 케이스는 다른 모델처럼 나사로 장식한 베젤이 특징적이다. 크기는 44mm로 작지 않지만 여성이 착용해도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브먼트는 다른 시계와 마찬가지로 티타늄 베이스 플레이트에 18K 레드 골드 로터로 마무리했고 28,800vph 진동수, 25석, 36시간 파워 리저브 되는 기계식 칼리버 AE 1005A를 탑재했다.

다이얼은 블랙 에나멜, 화이트 남양진주 자개 다이얼, 타히티산 흑접패 자개 다이얼로 되어 있는데 특별히 별도 주문 생산도 가능하다. 본사 공식 웹사이트에 올려진 모델 중 하나는 사진이나 그림을 에나멜 페인팅으로 마감한 모델을 소개했고 행사장에서는 전지현 대표의 별자리(양자리)와 이름을 새긴 다이얼로 마감한 시계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개 다이얼 가장 자리에 별 표식과 가운데 별자리, 그리고 핸즈에 야광을 넣어 어두운 곳에서 그 특별함을 비추었다. 이 시계가 다른 시계보다 눈길을 끈 점은 아미 에우제니가 현재 대량 생산보다는 소량생산이 가능한 상태이고 이런 주문 생산은 다른 브랜드보다 더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시계업계에서는 2등급이나 5등급 티타늄을 주로 쓰는데 아미 에우제니는 23등급 티타늄을 사용한다고. 고가 시계에서는 5등급 티타늄을 쓰는데 23등급 티타늄은 이보다 더 우수한 연성과 뛰어난 파괴 인성을 가져 의료기구와 우주 항공 산업에 쓰이는 소재다. 견고하고 편리한 스트랩의 폴딩 버클도 눈여겨볼만 한데 샤넬의 J12처럼 버튼 없이 탄성을 이용한 방식으로 역시 티타늄 소재로 제작했다.

아직 다른 시계 브랜드에 비해 기능 대비 가격은 높을 수 밖에 없지만 외형만 입힌 대량 생산의 중저가 브랜드가 아니라 그 어렵다는 무브먼트 제조부터 접근하는 시도는 찬사를 보낼 만 하다. “한국의 손재주와 열정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우수하다” “대한민국의 시계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촉매가 되고 싶다. 향후 시계학교와 시계박물관을 지어 시계제작자의 양성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경제기반 확충에 기여하고 싶다”는 김대표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여정에 큰 도움이 못되겠지만 시계가 필요없는 세상에서 시계를 소개하는 수 많은 브랜드들 가운데 한국의 시계 브랜드도 영롱이 빛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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