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바젤월드가 끝난 후 에르메스의 새로운 시계, 레흐 앙파시앙트 시계를 개발한 시계제작자, 장-마크 비더레히트와 짧은 서면 인터뷰를 했었다.
Interview with Jean-Marc Wiederrecht, Hermès
이후 그는 파베르제와 싱어 리이메진드 시계와 협업해 새로운 크로노그래프를 내놓았고 온리 워치 경매를 위해서 제네바 디자인학교 HEAD와 손잡고 탁상시계를 선보였으며 시계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가이아상le Prix Gaïa을 수상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소감과 브랜드 상관없이 협업하는 일에 대해 다시 인터뷰 했다. 이 글은 레뷰 데 몽트르 코리아 2018년 1월호에 게재한 인터뷰 기사의 원문이다.
2017년 가이아상le Prix Gaïa을 받으셨는데 이 상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수상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시계업계의 노벨상이라고 말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심사 위원들도 어떠한 상업적 관련 없이 과학자이거나 매우 유명한 인물로 구성된다. 가이아상은 실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주므로 시계업계에서 ‘노벨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상상할 수 있듯 이 탐나는 상을 받게 되어 매우 놀라웠고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기쁨을 안겨줬다. 특히 가족과 아젠호에 근무하는 동료들에게도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아젠호는 무브먼트만 제작하고 시계를 제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온리 워치를 위해 HEAD와 만든 시계는 추정가보다 높은 30,000 스위스프랑에 낙찰됐습니다. 시계를 탐험하기 위해서 브랜드는 만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앞으로도 무브먼트 제작과 협업에만 집중할 예정이십니까?
나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과 자사 브랜드를 위해 동시에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자사 브랜드를 개발한다고 하면 온 힘을 다해야 하고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야 한다. 협업도 마찬가지나 비교했을 때 내겐 다른 브랜드와 함께 일하는 것이 좀 더 흥미진진했다. 협업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도전이 필요했고 훨씬 더 많은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나의 능력, 기술, 즐거움은 모두 새로운 시계 메커니즘을 고안하고 개발, 생산하는 일이다. 완성된 시계를 판매하는 일은 배우지도 않았고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반클리프 아펠, 에르메스, 파베르제, 싱어까지 협업한 브랜드의 시계로 거의 매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 수상 후보작과 수상작을 올렸습니다. 이는 하나의 브랜드보다는 더 큰 성과입니다. 이에 대한 소견을 듣고 싶습니다.
앞서 답변처럼 협업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걸 목표로 삼기 때문에 함께 일할 브랜드와 시계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다. 수상작들은 바로 그러한 훌륭한 선택이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협업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일반적으로는 브랜드의 품질과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들.
아젠호가 만들어내는 무브먼트는 특히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이 많습니다. 반클리프와 파베르제 시계는 아름답고 에르메스 시계는 독특하며 아젠그라프로 만든 싱어 시계는 가독성이 높습니다. 시계제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내가 작업하고 있는 브랜드가 가진 DNA와 필요에 일치하는 기능과 형태를 고려해 제품을 만든다. 새로운 무브먼트를 제작할 때에는 철저하게 기계식 시계제작 전통에 기반을 두고 무엇보다 오랜 기간 사용해도 수리가 가능하도록 고려한다.
쿼츠 파동이 시작되는 1972년에 학교를 졸업했고 1978년 독립 워크샵을 열었는데 그때 가졌던 초심을 알고 싶습니다.
이에 관한 질문은 별로 받은 적이 없다. 돌이켜 보면 당시 과거 시계제작자들의 작업을 많이 접했다. 과학자이면서 시계제작자였던 존 해리슨, 페르디낭 베르투, 존 아놀드, 크리스티앙 호이겐스 등. 그들은 항상 내게 많은 감동을 안겨줬다. 한 명을 꼽으라면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 그가 만든 시계의 정밀성과 품질은 그만의 놀라운 상업적 수완과 결합되어 비범함을 드러냈다. 그들을 통해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하이엔드 기계식 시계제조를 위한 열정을 전해 받았고 이후 이 멋진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1978년 워크샵을 설립했으니 2018년은 40주년을 맞이하는군요. 지난 세월 배운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시계업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고, 완성된 것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시계제조 분야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기 위한 정보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고급 시계(Haute Horlogerie)’ 제조 분야는 너무 동떨어져서 오늘날 시계는 ‘몰개성(aseptisé)적이고 한마디로 영혼이 부족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통성을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소위 ‘마케팅 분야 종사자’들과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 왜 사람들이 기계식 시계를 구입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현재 니콜라스와 로랑, 두 아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들들에게 자주 얘기해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항상 겸손하고 전임자를 존경하고 영감을 받아라.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주저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네 자신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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