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분야에 대한 프로그램이 먹방에서 쿡방으로 바뀐 것처럼 시계도 단순한 접근보다는 경험을 통해 이해를 돕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우선 시계 기본 지식을 일반인과 나누는 강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시계 브랜드도 나름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고객과 만나고 있다. 좋은 예는 바로 시계의 심장, 무브먼트를 직접 분해, 재조립해보는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무브먼트를 자체 제작하는, 그리고 그것에 자신있는 브랜드만이 강행할 수 있는 일이기에 모든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예거 르쿨트르는 무브먼트를 조립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자 이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일 먼저 소개했으며 마스터 클래스란 이름으로 실제 무브먼트를 조립하는 과정도 일찌감치 실행해 왔다. 한국에서도 몇 번 시행했는데 IWC, 로저 드뷔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이제 인하우스 칼리버를 제작하기 시작한 오피치네 파네라이도 작년 홍콩에서 그들 무브먼트로 이 대열에 동참한 바 있다.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클래스는 2009년 스위스 발레드주 르상티에에 히브리스 메카니카의 첫 런칭을 보러 갔을때 이미 수료했었기에 그 뒤에 한국에서 종종 열렸을땐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신제품 전시와 함께 열린 마스터 클래스 소식을 들으니 왠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무브먼트를 만져 보고 싶었다.그렇게 참석한 클래스, 예전과 비교를 하자면 훨씬 체계화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면에 날짜 디스크가 있는 칼리버 976은 리베르소에 들어가는 예거 르쿨트르의 대표적인 기본 무브먼트다. 준비된 무브먼트에는 이스케이프먼트 장치는 미리 제거되어 있었다.
나사산 홈 크기와 일치하는 드라이버를 90도로 세워서 나사를 풀어 래칫휠과 브릿지, 그리고 기어 트레인을 들어내는 작업을 해보게 한다. 밖으로 보이는 브릿지 윗면은 페흘라주 장식이 들어갔는데 브릿지를 드러내면 장식이 없이 깔끔한 속살이 드러난다. 물론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까지 마감을 하는 브랜드도 간혹 있다.
부품을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브릿지를 들어내면 배럴과 그 위에 초침, 분침, 시침의 축이 되는 톱니 바퀴 배열이 나타난다. 이렇게 다 들어내고 나면 다시 역순으로 재조립하게 하는데 여간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작은 부품을 홈에 잘 맞추려면 들숨과 날숨을 조절해야할만큼 차분한 태도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재조립 후에는 미리 빼놓은 이스케이프먼트 휠 시스템을 끼우는 작업이 남았다. 헤어 스프링과 밸런스 휠이 결합한 부품은 자칫 힘 조절을 잘못하면 손상이 가기 쉬운 민감한 부품이라 사실 일반인 대상의 시계 클래스에서는 종종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과정까지 제공하는 것을 보면 시장의 수준이 높아지고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데에도 더 관대해졌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에는 본사 직원 외에 한국 CS 센터 스페셜리스트가 함께 도와주는데 예거 르쿨트르는 앞으로 잠실 월드타워 부티크에 한 코너를 마련해 2~3달에 한번 씩 고객들에게 마스터 클래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무브먼트 재조립을 통해 기계식 시계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일이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 일인지 깨닫고 싶다면 예거 르쿨트르 코리아의 문을 두드려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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