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자료를 받은 건 지난 3월 9일. 3월 12일 시작하는 전시였다. 전시 기간이 6월까지라 길고 마침 4월에 상해에 갈 일이 있어서 직접 다녀왔다. 전시는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 의 회고전 <건축 : 컨셉 & 표기법 Architect : Concept & Notation>이었다. 2014년 파리 퐁피두 센터, 2015년 바젤 건축 미술관에 이어 열린 순회전이다.
스위스 태생으로 취리히 공과 대학 졸업 후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과와 프린스턴 대학교를 거쳐 현재 컬럼비아 대학 건축, 도시계획 및 보존 대학원 교장으로 역임한 건축가다.
전시 장소는 몇 년 전 까르띠에도 전시를 가진 적 있는 중국 최초의 민영 현대미술관인 당대예술박물관Power Station of Art에서 열렸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처럼 발전소를 개조한 거대한 건물이 인상적인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조금 잔인해 보이는 광경이. 중국 아방가르드 예술가 후앙 용 핑Huang Yong Ping의 바통 서펜트 III Bâton Serpent III 전시다. 예전보다 상해에 이런 전시 공간이 많이 늘어나고 젊은 관람객들을 많 이 볼 수 있어서 솔직히 샘이 났다.
건축가의 전시는 까르띠에 전시가 열렸던 장소 그대로 3층에 있다. 빨간색 벽과 프로젝트별로 배치해 놨다. 규모가 남다르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굳이 이 전시를 알린 건 바로 베르나르 추미가 제네바 플랑 레 와트에 위치한 본사이자 매뉴팩처의 건물을 건축했기 때문이다.
2001년 건물 공모에 당선되어 2004년 완공했고 2012년 다시 확장 공사까지 모두 베르나르 추미가 담당했다. 실제 이 건물을 방문한 건 2007년이었다.
올해로 261년을 맞이한(2007년 당시에도 252주년) 역사적인 시계 브랜드의 본사 건물하면 으레 오래된 건물을 떠올릴 수 있지만 예상을 깨는 아주 현대적인 건물이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다른 본사를 방문하면서 그 앞을 지날때도 여전히 눈에 띄고 현대적인 모습에 감탄하곤 했다.
그는 오랜 기간 건축에 여러 겹이 유기적으로 겹쳐진 ‘엔벨로프envelope’ 개념을 적용했는데 이 건물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위 스케치에서도, 아래의 구조도에서 그 개념이 녹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기억을 떠올려 보면 현대적인 건물에 설비도 최신의 것들이었다. 그런 환경이지만 다른 공장보다 더 수공이 많이 들어가는 시계들을 제작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 모습이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작년 260주년을 기념하며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를 소개하는 등 아직 건재하다. 앞으로 많은 시계 브랜드가 생기고 없어지겠지만 역사성을 가진 브랜드는 계속 남아줬으면 하는 바램, 그래서 이런 전시들이 반갑다.
전시 기간 : 2016년 3월 13일 – 6월 19일
관람시간 : 화요일 – 일요일 / 11:00 – 19:00 (18:00 이후 입장 불가), 카드 결재 안돼서 입장권은 현금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장소 :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200 Huayuangang Road, Huangpu District, Shanghai)
물론 상해라 가기 쉽지 않지만 다른 흥미로운 구조물도 많으니 건축 전공자라면 볼만하고 비단 전시뿐만 아니라 미술관 건물 자체가 흥미로울 것이니 방문 목록에 적어놔도 좋을 곳이다.
Photos © Manual7 & Vacheron Constan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