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파드’라고 하면 흔히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다이얼 위로 떠다니는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벌써 탄생 40주년을 맞이해서 이를 기념한 잔치를 한국에서도 얼마 전인 11월 7일 성대하게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스위스에서는 L.U.C 컬렉션의 20주년을 기념하는 또 다른 행사가 열렸다. 해피 다이아몬드보다 역사는 짧지만 창립자 루이-율리스 쇼파드Louis-Ulysse Chopard의 이름에서 가져온 L.U.C는 1860년 탄생, 올해로 156년의 시계제조의 전통을 잇는 중요한 컬렉션이다.
그간 쇼파드의 매뉴팩처는 몇 번의 방문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히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본 시상식과 같은 시기에 열려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제네바에서 1시간 반 남짓 올라가는 플러리에Fleurier는 아주 작은 마을로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보셰, 보베, 그리고 쇼파드가 코닿을만한 거리에 옹기종기 자리한 곳이다. 역시나 함박눈이 내린 고지대를 지나 도착한 곳은 쇼파드 테크놀로지사. 1층에서는 전세계에서 방문한 기자들을 환영하는 점심 식사 준비로 분주했다. 여러 군데 시계를 주제로 한 작가들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1층 한쪽에는 L.U.C 컬렉션의 20년을 한 눈에 보여주는 전시를 마련해놨다. 쇼파드 인수한 슈펠레 가문의 장남인 칼-프리드리히 슈펠레는 시계에 대한 열정으로 1996년 플러리에에 매뉴팩처를 설립하고, 독점적인 자사 무브먼트 개발과 이를 탑재한 시계로 구성한 1997년 L.U.C 컬렉션을 출시했다.
첫 시계는 칼리버 LUC 96.01을 탑재한 L.U.C 1860. 2000년 특허받은 L.U.C 콰트로 기술을 접목해배럴 4개를 장착, 9일간 파워리저브되는 LUC 98.01-L을 비롯해 매년 또는 2~3년에 한 번씩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무브먼트를 내놓았다.
쇼파드 테크놀로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쇼파드 매뉴팩처. 이곳이 L.U.C 무브먼트를 제조하는 곳이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입구에 ‘쇼파드’ 아래 ‘페르디낭 베르투’라는 명판이 하나 더 붙어 있다는 사실. 전설적인 시계제작자, 페르디낭 베르투를 경외하며 그의 옛 시계들을 일찍이 수집했던 칼-프리드리히 슈펠레 대표는 2015년 쇼파드란 이름 아래가 아니라 아예 독립 브랜드로 내세우고 5년 개발 끝에 내놓은 시계는 2016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최고상인 애귀으 도르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L.U.C 시계의 무브먼트는 COSC 부터 일부는 제네바 인증과 플러리에 퀄러티 파운데이션(FQF)의 까다로운 인증을 거친 것들로 높은 정확성과 신뢰성을 보여준다. 제일 먼저 마주한 것은 아주 작은 부품까지 모두 인하우스에서 제작하고 마무리하는 공정이었다.
L.U.C 탑재 무브먼트는 이곳에서 1년에 4,000~4,500개 정도 생산, 그 외의 다른 시계에 탑재하는 무브먼트를 제네바 등 여러 곳에서 약 20,000개 정도 생산하는데 조립에서 마감까지 투입되는 인력이 전자는 120명, 후자에 40명 정도이니 이를 봐도 L.U.C 컬렉션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그 인력 숫자만으로도 짐작 가능하다.
일반적인 무브먼트가 아닌 드러내는 고급 시계 무브먼트로 마감에 유독 신경을 쓰는데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브릿지에 섬세한 조각을 넣은 예나,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크고 작은 페흘라주 패턴을 넣은 베이스 플래이트,
식물과 꽃을 주제로 한 조각으로 플러리에 지역의 대표적인 플로리잔 패턴을 새긴 브릿지 등을 작업하고 있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단 1명의 장인이 작업하고 있는데 투르비용 브릿지 하나 제작에 2주 정도 걸린다고.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여성 시계 부문 수상후보작이었던 L.U.C XPS 35mm 에스프리 드 플러리에 피오니 시계 등을 작업한 결과물은 사진으로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방문의 주 목적은 L.U.C 컬렉션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반나절의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기에 매뉴팩처는 간단하게 보고 박물관, 그리고 기념 컬렉션을 발표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쇼파드의 박물관, L.U.CEUM은 모래시계부터 쇼파드의 현행 컬렉션까지 그간 슈펠레 가문이 수집한 여러가지 시계들을 전시해놨다. 그 중에서 새로 만든 브랜드 덕분인지 1775년경 제작한 아래의 스켈레톤 탁상 시계처럼 유독 페르디낭 베르투와 그의 일가가 제작한 여러 컬렉션에 유독 관심이 갔다.
박물관 관람이 끝난 후 다시 쇼파드 테크놀로지사로 돌아가 20주년을 기념하는 시계, 쇼파드 L.U.C 풀 스트라이크를 만나는 자리로 이어졌다. 시계에 관해서는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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