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pard L.U.C Full Strike

고급 시계제조사이자 주얼리를 함께 소개하는 쇼파드의 역사상 2016년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860년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린 ‘해피 다이아몬드’ 컬렉션의 40주년인 동시에, 플러리에 쇼파드 매뉴팩처도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또 11월 10일에 열린 세계 시계 업계 최고 권위의 GPHG 2016 시상식에서는 쇼파드 소유의 브랜드 페르디낭 베르투Ferdinand Berthoud가 지난해 출시한, 첫번째 모델로 최고상을 획득했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로 손꼽을만한 것이 20주년 기념 시계 ‘L.U.C 풀 스트라이크’ 출시다.GPHG 2016 시상식에 앞서 11월 7일  플러리에 쇼파드 매뉴팩처에서 ‘L.U.C 풀 스트라이크’를 공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각국 시계 기자 및 칼럼리스트가 참석한 이 자리에 <시계매뉴얼>도 초대를 받았다.

Chopard – L.U.C 20th Anniversary Event 2

L.U.C 풀 스트라이크는 L.U.C 컬렉션을 개발, 생산하고 있는 플러리에 매뉴팩처 20주년 기념 시계이자 브랜드 최초의 미닛 리피터이며, 세계 최초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든 공을 채택했다. 이 뜻 깊은 시계를 처음 발표하는 행사에는 칼 슈펠레과 카린 슈펠레 회장 부부, 이들의 딸이자 여성 컬렉션과 하이 주얼리를 담당하는 캐롤라인 슈펠레 사장, 남성 컬렉션과 이곳 매뉴팩처를 총괄하는 아들 칼 프리디리히 슈펠레 사장 부부, 그리고 그 아들까지 일가  3대가 참석했다. 칼 프리디리히 슈펠레 사장의 얼굴에는 기쁨과 흥분 그리고 자부심이 역력했다. 쇼파드가 주얼리와 주얼리 시계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1996년. 고급 시계 부문을 개발하고 생산할 플러리에 매뉴팩처 설립에 주위의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며 그는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6년 전에 시작한 미닛 리피터 개발 역시, 칼리버 개발에는 1만 7천여 시간이 걸린 대장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개발한 칼리버 ‘08.01-L’은 미닛 리피터 기능을 수행하는 533개 부속품을 조립하고 지름 37.20mm, 두께 7.97mm 크기로 3개의 특허출원이 되어있다. 진동수는 4Hz, 파워 리저브는  60시간 가능한데 오버 와인딩과 태엽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동 무브먼트이지만 자동 무브먼트처럼 슬리핑 스타일의 메인 스프링을 장착했고, 더블 배럴은 디퍼런셜 기어로 연결해 시간 측정과 미닛 리피터 작동을 위해 각각 작동하도록 구분했다. 크라운을 한쪽 방향으로 돌리면 시간 측정에 필요한 동력을 저장하고 다른 방향은 미닛 리피터를 위한 동력을 각각의 배럴에 저장한다. 미닛 리피터를 위한 배럴을 따로 두었기에 미닛 리피터를 위한 와인딩 레버를 없앨 수 있었고 작동도 크라운에 통합한 푸시 버튼으로 조작한다. 무브먼트의 성능과 마감에 있어 COSC와 제네바 인증을 획득했다.

미닛 리피터는 기계식 시계의 그 어떤 기능보다 정교하고 유기적인 부품간의 상호 작용이 수반되는 장치다. 따라서 오작동이나 손상의 위험도 크다. 부적합한 시각에 시간을 맞추거나 리피터를 작동시키면 시계가 손상될 수 있다. 칼리버 ‘08.01-L’은 이를 예방하는 3가지 보호 장치를 갖췄다.

첫째, 특허출원 중인 장치로 스크라이킹 매커니즘의 동력 잔량이 너무 적은 경우 차임 기능을 비활성화시켜 동력이 부족해 온전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한다.
둘째, 특허출원중인 정교한 미닛 랙 장치를 커플링 클러치에 결합해, 클러치가 연결되거나 분리되는 동안에는 레귤레이터가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모든 부분이 제자리를 잡았을 때에만 레귤레이터가 회전한다.
셋째, 차임 벨이 울리는 동안 크라운을 무브먼트에서 분리시키도록 설계했다. 미닛 리피터가 작동하는 사이에 시간을 맞출 경우 시계가 손상을 입을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한 것. 또한 이때 크라운과 같은 축을 이루는 푸시 피스 역시 비활성화시켜 커플링 클러치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동작도 방지한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를 압도하는 ‘L.U.C 풀 스트라이크’의 혁신은 공gong을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든 점이다. 미닛 리피터 기능을 작동시키면 해머가 공을 때려 소리를 낸다. 일반적으로 공은 스틸이나 골드 소재로 긴 금속사를 둥글게 구부린 모양이다. 반면, 스크래치에 강한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전통적으로 고급 시계의 글래스에 쓰인다. 경도가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며 음향적 특성도 탁월하지만, 그 견고함 때문에 다루기가 어렵고, 누구도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공을 만들 생각을 하지는 못했지만 쇼파드가 이에 도전한 것.

위의 스케치처럼 제작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은 차가운 금속음이 아닌 그야말로 ‘크리스털처럼 맑은’ 소리를 낸다. 게다가 시계를 덮는 글래스와 공을 한 덩어리의 사파이어에서 연결되도록 깎아낸 일체형 구조가 음향 증폭기의 역할을 하고 금속보다 음파의 진폭도 커서 소리를 키울 수 있었다. 두 부분을 연결하는 용접이나 접착, 나사 등 음파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앤 덕분에 음에 충실한 하이파이적 특성까지 지녔다. 사파이어가 만들어내는 음파의 진폭 역시 금속 소재보다 월등히 소리가 크다.별도의 배럴과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으로 가장 긴 차임 벨로 최대 16초가 소요되는 11시 59분을 읽어낼 때도 소리가 끝까지 균일하고 안정적이다. 스틸 해머가 사파이어 공을 때려 울려퍼지는 맑고 풍부하며 힘있는 소리에 대해 쇼파드는 이렇게 표현한다. ‘고급 레스토랑 테이블의 보헤미안 크리스털 글래스를 실버 나이프로 살짝 두드리는 것 같은 차임 벨’.

쇼파드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이 강철 해머로 150만 번까지 충격을 가해도 깨지지 않는 견고함을 지녔다고 말한다. 그만큼 견고한 소재를 공과 글래스가 연결된 독특한 형태로 오차없이 깎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고 깎는 방법을 찾은 후에도 남은 또 다른 숙제! 사파이어 공이 원하는 음정을 내도록 조정하는 것. 미세한 음향 조정을 위해 프로토타입 제작을 수차례 반복한 끝에 결국 C와 F 두 음정을 낼 수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을 만드는 기술과 인력을 기르는 데만 3년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시계 제조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역시 특허 출원 상태다.


외관상으로 공정무역에 의한 18K 로즈 골드 소재를 사용한 시계 케이스 지름은 42.5mm, 두께는 11.5mm. 적당한 크기로 착용감이 편안한 편. 미닛 리피터 조작 푸시 피스는 크라운과 같은 축, 안쪽에 있고 덕분에 크라운 지름이 8.5mm로 큰 편이라 와인딩 등 조작이 쉽다.  다이얼은 오픈 워크 방식으로 2시 방향에 2개 배럴의 동력 잔량을 블루와 골드 핸즈로 각각 표시하는 코엑시얼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6시 방향에 스몰 세컨드, 8시 방향에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의 리듬을 관할하는 스트라이크 거버너, 10시 방향에 해머를 배치했다. 그 위에 브랜드의 상징적인 로마자 인덱스와 도핀 스타일 핸즈를 배치했다.

케이스백에 넓게 차지하는 플레이트와 브릿지는 코트드주네브 패턴을 넣었고 20개 한정 생산 번호, 페어마인드나 제네바 인증 마크 등을 넣었다. 스트랩도 CITES 협약의 인증을 받은 악어가죽을 천연 염색하고, 손바느질로 재봉해 고급스러움과 부드러움, 탁월한 착용감을 확인할 수 있다. 시계 애호가 또는 전문가들이 인정할 만한 기술력, 더없이 청아한 음향과 우아함, 그리고 일상생활에도 적합한 안정성과 편의성을 갖췄다. 기술적인 혁신과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결합된 혁신. 이야말로 20주년을 맞은 쇼파드 고급시계제조 매뉴팩처가 추구하는 가치로 여겨졌다.

All Text © Manual7
All Photos © Chop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