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리워치에는 시계브랜드가 아닌 무브먼트 제조사와 학교도 스페셜 프로젝트로 참여한 것이 눈길을 끈다. 반클리프 아펠, 에르메스, 파베르제를 위해 독창적인 무브먼트를 제조하기도 한 아젠호는 제네바 예술 및 디자인 학교와 손잡고 탁상 시계를 소개했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이름의 탁상시계는 아젠호가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로 파베르제 비저네르 크로노그래프와 싱거 리이매진의 트랙 원 시계에 탑재시킨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아젠그라프를 탑재하고 있다. 장 마크 비더레이트가 이끄는 아젠호는 그간 여러 시계 브랜드와 협업해 무브먼트를 개발하고 제조해줬다. 아젠호란 이름으로 시계를 선보인 적이 없었는데 이 시계가 최초의 시계가 되는 셈이다.
아젠그래프는 중앙 초침, 서브 다이얼로 분 또는 시를 알려주는 기존의 크로노그래프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바로 시침과 분침과 동일한 중앙 축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다이얼을 보면 맨 가장자리가 시, 그 안이 분이다. 흰색으로 된 3개의 원은 크로노그래프다. 정가운데가 시, 그 다음이 분, 가장자리가 초로 쉽게 시간과 측정된 결과를 볼 수 있다. 아젠호는 시계를 디자인하지 않기때문에 제네바 예술 디자인 학교(HEAD, Haute Ecole d’Art et de Design)에 의뢰해서 학생들과 함께 디자인을 개발했다. HEAD의 경우 고급시계재단과 손잡고 이미 뻐꾸기 시계를 재해석한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결국 베레니스 노엘(Bérénice Noël)과 플로리안 위키(Florian Wicki)가 제작한 시계가 선정, 완성됐다. 지름 84 mm의 플렉시글라스에 담긴 시계는 탁상시계 형태다. 케이스 뒷면에는 아젠그래프를 여과없이 감상할 수 있다. 추정가는 24,000스위스프랑, 2017년 7월 6일 환율 기준으로 대략 2,900만 원 정도다.
또 다른 관심을 끄는 제품은 바로 워스텝과 진행한 특별한 시계박스다. 워스텝은 스위스 뉘샤텔에 자리한 시계학교다. 한국 학생들도 그곳에서 유학하기도 하는데 여기를 졸업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현재 두각을 드러내는 쟁쟁한 사람들이 많다. 그 중 16명의 사람들을 선택했다.
박스의 윗면에는 워스텝을 졸업한 16명 시계제작자들의 졸업 연도, 제작자 이름, 그리고 서명이 들어가 있다. 참여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그뤼벨 포시의 스테판 포시,
네덜란드에서 시계를 제작하고 있는 바트와 팀 그뢰네펠트 형제,
핀란드 시계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마르코 코스키넨, 주니 폴라넨, 미카 사이쿠, 시모 이리탈로,
미국에서 독립 시계제작자 및 복원가로 활동하는 스튜아트 리즈만,
태그호이어 컴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일하는 마크 마키넨,
독립 시계제작자로 MB&F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를 만든 주역인 스테판 맥도넬,
맥고나글 워치스의 설립자 존 맥고나글,
워스텝의 수장인 마튼 피터스,
스웨덴의 독립시계제작자 클라스-헨드릭 필,
최근 신예로 떠오르는 사르파네바 시계의 설립자 스테판 사르파네바,
스피크-마린 설립자로 최근 브랜드를 떠나 안타깝게 했던 피터 스피크-마린,
워스텝의 교수로 보우틸라이넨 설립자인 카리 보우틸라이넨.
덮개를 열면 스쿨워치로 보이는 회중시계가 들어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기간에 완성하는 시계다. 이 시계의 제작도 여러 회사의 협조가 있었다. 나무박스는 필립 비레/보도(Philippe Belais/Vaudaux), 스틸 케이스와 블루 핸즈는 오데마 피게, 에나멜 다이얼은 돈제 카드랑 (Donzé Cadrans), 서명 각인은 피오나 크루거(Fiona Krüger), 수공 조각은 샤를 앙드레 무세/크로날 사(Charles André Mosset/Cronal SA)에서 제작했다.
워스텝의 정규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이라면 만들어야하는 시계의 무브먼트는 ETA가 제공한 유니타스 6498-1이다. 브릿지나 플레이트 모두 마감 안된 상태로 받는데 대략 3,000시간의 수업 과정을 이수하면서 이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시계의 경우 워스텝 교수진에 의해 모든 마감 처리가 완벽하게 되어 있고 브릿지도 새롭게 디자인되어 있다.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 위에는 블랙 에나멜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세부 눈금이 그려져 있다. 지름 57mm, 두께 9.75mm의 스틸 케이스에 담긴 시계의 전면 베젤과 후면에는 모두 시계제작자들의 서명이 들어가 있어서 보다 특별한 이 시계의 추정가는 16,000스위스프랑, 한화로는 1,900여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아마도 더 기록적인 가격을 남기지 않을까 기대되는 시계다.
Text © Manual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