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과 4월 SIHH와 바젤월드가 끝나면 신제품이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예전에는 1년도 더 걸렸으나 이제는 바로 직후 또는 단 몇 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그만큼 생산 속도도 빨라졌고 시장의 중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4일 브레게는 오랜만에 큰 행사를 치뤘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리젠시 홀에서 열린 전시는 바젤월드 기간 연 전시를 그대로 가져다 놓았는데 올해 가장 대표하는 마린 컬렉션으로 쇼케이스를 꾸몄다.
푸른 빛 바다속을 거닐 듯 파란 조명으로 채워진 행사장에는 프랑스 왕정 해군의 제1함선이었던 로얄 루이Royal Louis 모형을 전시해 브레게의 역사성을 드높였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는 생전에 프랑스 해군을 위해 정밀시계/크로노미터를 제작한 바 있고 이를 되살린 것이 마린 컬렉션이다.
본사에서 온 브레게의 기록을 담은 고서적도 전시해 놨는데 이 중에서 발췌한 것이 바로 아래 사항.
올해의 브레게 시계인 마린 에콰시옹 마샹 Ref. 5887(Marine Équation Marchante Ref.5887)을 소개하는 설명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표준 태양시와 실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에서 측정될 수 있는 진태양시는 때에 따라 -16분에서 +14분까지 차이를 보이는데 이 차이를 균시차equation of time/équation du temps 이라고 부른다. 즉 표준태양시와 진태양시의 일년 시간차를 표시한 그래프, 아날렘마 커브analemma curve를 둥글게 원형으로 만들면 이 강남콩 모양이 되는데 이 형태로 캠을 만들어 장착하면 진태양시를 다이얼상에 표시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물이 에콰시옹 마샹트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Ref.5887 시계다. 브레게 코리아는 마샹marchant(여성형 마샹트marchante)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프랑스어로 ‘걷다, 이동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보통 균시차는 다이얼 상에 서펜타인 핸즈로 표시하거나 케이스백에 별도의 카운터로 표시하는데 이 시계의 경우 처음으로 투르비용과 함께 캠을 배치했다. 투명한 사파이어 디스크 위에 캠을 얹어 배치한 것.
최근 시계들은 복잡한 기능을 탑재하고도 다이얼 배치는 가독성 좋은 배치가 돋보이는데 이 시계도 그렇다. 다이얼 상단부에 요일, 날짜, 월, 윤년 표식을 디지털 방식의 창과 레트로그레이드 핸즈로 표시하고 진태양시도 기요셰처럼 각면 커팅을 넣은 해 모양의 핸즈로 표시해서 눈에 띈다. 다이얼 중앙 부분은 브레게가 새로 개발한 넘실대는 파도 형태의 기요셰 패턴을 채웠다. 8시 방향 80시간 파워 리저브의 잔량을 표시하는 인디케이터는 보일듯 말듯 넣어 다이얼의 전체 균형을 잃지 않도록 했다.
이 시계의 화려함은 케이스백에서 만날 수 있는데 칼리버 Cal. 581DPE의 브릿지에는 로얄 루이의 모습을 조각으로 새겨 놧다. 배럴 위에는 천문과 항해에서 영감을 받은 윈드로즈windrose을 넣었고 이를 가리지 않고 오토매틱의 편리함을 더한 페리페럴 로터를 채택했다. 플래티넘 소재의 로터에도 조각 장식을 넣었다.
그 외에도 행사에서는 마린 레이디 크로노그래프 Ref.8828(사진 위)과 트래디션 담므, 레인트 네이플 등 여성용 시계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한국에는 에콰시옹 마샹 Ref.5887 시계가 플래티넘과 로즈 골드 버전이 각각 1점씩 들어와 있는데 8월 말까지 갤러리아 백화점 브레게 부티크를 시작으로 9월 현재 서울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 10월 31일까지 전시 중이며 이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으로 순회 전시할 예정이다.
Photos & Text © Breguet Korea & Manual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