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itling Roadshow Spring 2018 in Shanghai

상하이에서 만난 브라이틀링

급성장 하던 고급 시계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시계업계를 앞장 서던 그룹사들은 저마다 긴장하며 긴축 노선을 펴거나 기강 쇄신과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이미 1970년대 쿼츠 파동으로 인한 엄청난 시련을 겪었던 경험을 딛고 어떻게 살려낸 기계식 시계 문화인데 그냥 두겠는가. 리치몬트 그룹은 이내 각 브랜드의 수장을 두되 이를 총괄하는 대표를 선출해 그룹으로서의 힘을 공고히 하려 했고 그 결과 2017년 IWC 대표 조지 컨Georges Kern을 시계제조, 마케팅, 디지털 부문의 수장으로 추대했다. 조지 컨은 크라프트 제너럴 푸드Kraft General Foods를 시작으로 1992년부터 2000년까지 8년간 태그호이어에서 일했고 이후 2002년 IWC로 옮겨 2016년까지 14년간 노련한 식견과 세련된 감각으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2017년 봄이 지나자 돌연 그의 사임이 공식 발표됐고 이후 7월 중순에는 브라이틀링의 수장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과 다르다면 회사에 고용된 대표가 아니라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는 점이다!

1884년 ‘전문가를 위한 도구’를 지향하며 탄생한 브라이틀링은 1953년 출시한 내비타이머를 비롯해 크로노맷, 벤틀리, 트랜드오션, 어벤저, 콜트 등 많은 컬렉션을 보유하고 B01, B04, B05 등 자사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등 탄탄한 정체성과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한 몇 안되는 독립 시계제작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부분 큰 케이스 사이즈, 눈금이 많이 들어가 복잡해 보이는 다이얼 등을 가진 현행 컬렉션은 때로는 일부 한정적인 고객들만 향유할 수 있는 약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조지 컨의 행보는 당연히 브라이틀링이 가진 고유 스타일은 살리고 대신 그간 정체된 요소에 신선한 변화를 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제품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다수 바뀌었다. 브라이틀링의 성장에 그의 경험이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예상하며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했던 브라이틀링 사장, 장-폴 지라딘Jean-Paul Girardin도 당분간 부사장을 역임한다고 했으나 현재는 그만뒀다는 후문이다.

브라이틀링 대표로서 첫 걸음은 2018년 1월부터 바로 시작됐다. SIHH가 개최되기 전인 12월 말, 이미 상해부터 취리히, 뉴욕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고 제네바 일정을 막 끝낸 시계매니아들과 기자들을 바로 초청한 행사는 마치 ‘SIHH는 잘 다녀왔나요? 제가 없는 IWC는 어떻던가요? 전 이제 브라이틀링 사람으로서 앞으로 그려나갈 계획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묻고 다짐하는 듯했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일본, 중국 등에서 300명 이상의 기자와 인플루언서, 고객을 초청한 가운데 열린 행사는 마이클 코어스 패션쇼 등을 치르기도 한 커다란 전시장, 엑스포 아이 퍼빌리온Expo I-Pavilion에서 열렸다.

입구를 들어서자 마주한 대형 사진들은 브라이틀링 자료 창고에서 꺼낸 옛 시계와 시계를 착용한 유명인사의 사진을 담고 있었고 재즈 음악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이내 블랙 타이로 갖춰 입은 아시아 각국의 손님으로 채워졌다.

기존 브라이틀링 행사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는 행사다. 이전이 다소 캐주얼한 느낌이었다면 조지 컨의 브라이틀링은 블랙 타이를 요구한만큼 우아하고 엄숙하기도 하다. 커튼이 열리자 나타난 저녁 만찬 자리에서는 조지 컨 대표의 공식 인사로 시작됐다.

더불어 새롭게 개발한 컬렉션에 대한 간략한 배경 소개에 이어 특별히 초대한,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는 한국 배우 지성, ‘정무가정’, ‘협도연맹’ 등을 연출한 홍콩 배우 겸 감독 풍덕륜 冯德伦, Stephen Fung, 중국 배우 양숴杨烁, Yang Shuo이 차례로 나와 브라이틀링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특히 배우 지성은 무대에서 ‘부인인 배우 이보영이 결혼 예물로 준 시계라서 제게 브라이틀링은 사랑입니다’라고 밝히기도.

만찬이 끝나고 옮겨 간 마지막 행선지는 무대 뒷편에 마련된 전시장. 바로 브라이틀링의 전설적인 시계 60점과 새로운 컬렉션인 내비타이머 8 컬렉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조지 컨 대표는 브랜드 재정비를 앞두고 회사의 전통과 역사를 면밀히 검토했고 그런 가운데 프레드 만델바움Fred Mandelbaum을 떠올렸다.

빈티지 시계, 특히 크로노그래프 시계 수집가로 유명한 그를 직접 만나 과거 시계들을 보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는 조지 컨. 결국 그레첸 본사에 마련된 작은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유산들을 빌려 연대별, 종류별로 전시하기에 이르렀다. 1917년 브랜드 최초의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와 이번 새로운 컬렉션에 영감을 안겨준 1937년산 항공 시계, 위트 애비애이션Huit aviation, 그 외 스프린트Sprint, 탑타임Top time 등 브라이틀링에 이런 것이 있었나 할 정도로 재미난 시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구름으로 감싼 정중앙 공간에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컬렉션, 내비타이머 8의 신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컬렉션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오토매틱과 크로노그래프, 월드타임 기능이 있는 유니타임, 데이 데이트 모델들로 구성, 무브먼트는 자사 개발 칼리버 B01과 ETA와 밸주, 튜도 칼리버를 골고루 탑재했고, 케이스는 스틸, 블랙 PVD 스틸, 골드, 크기는 43mm와 41mm 2종, 다이얼은 슬라이드룰을 걷어내 보다 단순하고 깔끔해진 다이얼, 스트랩은 바늘땀을 넣은 소가죽 소재로(골드 모델은 악어가죽), 빈티지 스타일에 가깝게 폴딩 버클이 아닌 핀 버클을 채택, 방수 기능은  100m로 강화했다는 점이다. 여러 요소에 힘을 뺀 결과 가격도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결국 시계 크기가 작아지고 가격은 더 낮아지는 요즘 추세에 딱 부합하는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기대 속에 시작한 브라이틀링 로드쇼의 첫날은 이렇게 끝났다. 둘째 날인 내일 1월 30일에는 쇼케이스에서 꺼내진 제품을 보고 이와 관련된 담당들을 직접 만나는 프레젠테이션이 마련된다. 제품에 관한 사항은 다시 올리기로 한다. 브라이틀링은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로운 태그 슬로건, ‘전설이 될 미래 #LengendaryFuture’를 새롭게 내세웠다. 이는 내비타이머 8이 식전주 정도라는 것을 나타내는 듯 했다. 지름 36mm 케이스에도 충분했던 빈티지 내비타이머 시계를 보면서 더 작아지고 새로워질 시계들이 그려졌다. 로드쇼는 상하이를 시작으로 취리히, 그리고 다음주인 2월 초 미주 시장에 소개하는 자리를 뉴욕에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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