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라이의 컬렉션은 라디오미르와 루미노르, 라디오미르 1940과 섭머저블을 포함한 루미노르 1950, 그리고 한정판이 포함된 스페셜 에디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시계도 있었으니 바로 각 나라 부티크에만 공급하는 한정판이다. 부티크 에디션은 주로 나라가 아닌 매장이 자리한 도시명을 기준으로 정하고 시계는 주로 기본형이나 도시마다 조금씩 바뀐다. 그러나 솔리드 케이스백, 그리고 그 위에 각 도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건축물이나 풍경 모습을 각인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예를 들어 홍콩은 높은 건물이 있는 센트럴 지역의 전경,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타이페이는 101층 높이의 타이페이 101 빌딩이 우뚝 선 도시 풍경, 두바이 또한 버즈 알아랍 건물이 세워진 모습, 제네바는 레만호 위로 분출하는 제트 분수Jet d’Eau 등이다.
파네라이가 코리아로 한국에 정식 출시한 지 대략 10년 정도, 그간 한국에는 4개의 부티크와 면세, 공식 거래처를 포함해 16개의 판매처가 생길만큼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제 더 이상 소수의 열혈 마니아를 위한 브랜드란 이미지는 벗을 때다. 이쯤 되니 서울 에디션이 준비될 시기가 됐고 2018년 10월 그 결과물, ‘루미노르 마리나 8데이즈 티타늄 – 44MM(PAM00919)’를 선보였다.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 현대 무역센터, 롯데 에비뉴엘, 현대 판교에만 있는 부티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에디션은 기존의 것과는 좀 다른 구석이 있다. 바로 건축물이나 풍경이 아닌 다도해에 떠 있는 ‘거북선’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남산타워 정도로 기억되기엔 아쉬운 서울 에디션에 조선시대 임진왜란시 해전에서 활약한 군함, 거북선을 담은 점은 파네라이의 출발이 해군을 위한 시계였기에 일맥상통하는 면은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명을 붙이긴 했지만 사실 한국 에디션이라고 하는 게 더 가까울듯!
시계 다이얼 6시 방향에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어뢰 피그 모습도 새겨 ‘한국의 역사와 현대 문화의 조화’를 꾀했다고. 또 다른 차이점은 스틸이 아닌 티타늄 소재라는 점이다. 덕분에 44mm의 지름에도 가볍다. 무브먼트는 이름처럼 8일 동력을 축적할 수 있는 칼리버 P.5000을 탑재했다. 솔리드백으로 무브먼트는 보이지 않으므로 4년 전 파네라이가 올린 영상으로 감상해보자.
거북선을 주제로 한 만큼 이 시계를 소개하는 특별한 자리도 한국적인 곳, 석파랑에서 펼쳐졌다. 석파랑은 한국 전통 음식점이지만 마당 한 곁에 조선 말기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별장이던 전통 가옥, 석파정의 일부를 옮겨다 놓은 곳으로 유명하다.
거북선과 조선시대 왕족의 별장…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이 바로 파네라이를 고풍스럽게 옮겨 놓은 현판이었다. 만드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는 정성이 느껴진 입구를 지나자 추운 날씨에 정갈하게 차려진 석파랑의 음식과 식당 내부를 바꾼 파네라이 현 신제품 시계의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내부 깊숙이 석조로 만들어진 ‘더 스톤The Stone’에서는 스위스에서 직접 가져온 시계들로 꾸민 ‘파네라이로 향한 여행Travel to Panerai’ 전시를 볼 수 있었다. 4가지 주제로 펼쳐졌는데 대표적인 시계로 역사 부분에서는 역사적인 라디오미르 캘리포니아 3 데이즈를, 바다 부분에서는 300m 방수되는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 아마그네틱 3 데이즈 오토매틱 티타니오를, 혁신 부분에서는 금속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시엔지아토 루미노르 1950 투르비용 GMT 티타니오를, 마지막 피렌체 부문에는 장인들이 조각을 넣은 라이오미르 피렌체 3 데이즈 아치아이오로 구성했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는 그날의 주인공, 서울 에디션이 전시됐는데 4개 부티크, 단 50점만 선보이는 시계는 이미 그날 이전에 거의 완판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 참석했던 배우 이동욱은 서울 에디션이 아닌 루미노르 1950 8 데이즈 GMT 오로 로쏘 – 44mm(PAM00576) 시계를 착용했다.
요즘 시계 행사에 유명인의 참석이 늘고 있는데 단순히 참석하고 인사하는 정도가 아니라 시계를 좋아하고 이해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이렇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한국 한정 에디션도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Text © Manual7
Photos & Movie © Panerai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