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업계에서 가장 큰규모의 박람회인 바젤월드는 2019년이면 102회를, 국제고급시계박람회 SIHH는 29회를 맞이한다. 뒤늦게 문을 연 SIHH는 2002년 이래 2008년까지 바젤월드가 열리는 기간에 맞춰 열렸다. 당시 시계박람회 취재차 바젤월드를 방문했을때 둘 다 취재하는 기자가 많지 않아 SIHH 참석을 위해 홀로 기차 타고 제네바까지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SIHH는 2009년부터 1월 개최로 날짜를 옮겼다. 그 이유는 행사 개최는 5일뿐이지만 그 행사를 위해 30일 넘는 기간이 필요했는데 제네바 국제모터쇼와 부활절 사이에 준비하기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점도 있었다. 4월에 신제품을 소개하면 남은 8개월 내 실제 신제품을 출시해야했는데 생산을 맞추기에는 다소 촉박했다. 실제 그때 제작이 어렵다 싶은 컴플리케이션은 대체로 해를 넘겨 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1월에 신제품 소개 행사를 열면 3개월이라는 기간이 더 확보되므로 실제 제품 출시까지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대략 2012년까지 이렇게 하고 그 뒤로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예고를 했었으나 그렇게 분리된 상황은 2018년까지 10여년 간 이어졌다.
바로 어제, 2018년12월 18일 한국 시간으로 19일 새벽 1시 바젤월드에서 보내온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SIHH가 다시 바젤월드가 열리는 기간으로 옮길 예정이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기간이 겹쳤는데 이번에는 두 협회가 파트너쉽을 맺고 진행해 SIHH는 제네바에서 4월 26일부터29일까지, 바젤월드는 바젤에서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순차적으로 열린다. 두 박람회 모두 참여하는 브랜드 사정도 고려했을 것이다. 이 협업은 2024년까지 5년간 지속할 것이고 아마 반응이 좋으면 계속 유지될 수도 있겠다.
이 협업 배경에는 아마 박람회 부흥이 가장 큰 이유일 것. SIHH는 보다 폭넓은 고객 확보를 위해 2년 전부터 일반인 공개일을 만들었고 워치스 앤 원더스도 마이애미에서 다시 재개했는데 이것이 2월에 바로 열리니 부담스러울 수 있을게다. 바젤월드는 2018년 참여 브랜드수가 절반에 가까울만큼 대폭 준데다 지난 7월 스와치 그룹이 불참을 선언했으니 큰 변화가 필요한 상태! 전시를 펼치는 공급자뿐 아니라 참석하는 수요자 입장도 고려하면 같은 기간에 치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취재하거나 구매 주문을 하거나 구경을 하더라도 지난 10년간 1년에 2번 스위스에 꼬박 꼬박 참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무튼 곧 열릴 SIHH는 제네바의 겨울 풍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박람회가 될 참이다. 2024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