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프렌체스카 까르티에 브릭켈Francesca Cartier Brickell은 할아버지의 9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남부 프랑스로 갔다. 온가족이 모인 자리, 샴페인을 꺼내기 위해 할아버지의 창고로 갔다가 낡은 가죽 트렁크를 발견하고 이를 열어보는데…가방에서 나온 건 오래된 편지와 엽서들이었다. 바로 까르띠에 창립자 루이 프랑소와 까르띠에의 후손들이 남긴 서신들이었다.
오랜만에 책 소개다. 요즘 교육자료 제작을 위해 까르띠에에 대한 역사를 다시 살펴보면서 작년 이맘때 이 책이 발간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재빨리 주문해서 받았다. 사실 브랜드 까르띠에와 대표 제품은 어렴풋이 알아도 그 브랜드를 만든 가족에 대한 정보는 보도자료 내에서만 맴돌고 있긴 하다. 보도자료를 대충 읽고 이해하면 굉장한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까르띠에 창립자를 낳은 부모 중 아버지는 피에르 까르띠에이고 창립자는 루이-프랑소와 까르띠에인데 그의 아들은 알프레드 까르띠에라고 알려져 있지만 전체 이름은 루이-프랑소와 알프레드 까르띠에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오는 서양식 이름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헷갈리는 부분이다. 루이-프랑소와 알프레드 까르띠에는 슬하에 네 명의 자녀를 뒀는데 첫째가 1904년 산토스 시계를 고안한 루이-조셉 까르띠에다. 그 밑으로 피에르-까미으 까르띠에, 자크-테오듈 까르띠에가 있고 워스 집안으로 시집간 막내딸 수잔 까르띠에도 있다. 이렇듯 중간 이름을 빼면 피에르, 루이, 자크 등이 자손까지 반복된다.
책의 저자는 창립자 루이-프랑소와 까르띠에의 손자 중 셋째인 자크-테오듈 까르띠에, 그의 네 자녀 중 다시 셋째인 장-자크 까르띠에의 손녀다. 그러니까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창립자의 5대손이 되겠다. 그녀는 1974년 까르띠에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기 전 가족기업으로 운영했을 때까지의 기억이 남아 있었던 할아버지께서 모아놓은 자료를 발견하고 책을 짓기로 결심한다. 할아버지 장-자크 까르띠에는 2010년 타계했지만 선대의 작업을 탐구한 그녀의 작업은 장장 10년이나 걸렸고 2019년 결실을 맺었다. 가족의 이야기이므로 일정 부분 미화한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625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내용, 서신 인용, 색인과 참고자료를 보면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한 역사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까르띠에에 대한 책은 다른 브랜드에 비하면 많은 편이지만 이 책은 전혀 무관한 제3자가 쓴 책보다는 인간적이고 친근하다. 책의 저자는 유투브 등 sns도 개설하고 독자와의 만남을 올려놓으며 다른 방식으로 까르띠에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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