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e’s ‘The Legends of Time’

요즘 전세계 경매는 현장보다는 온라인에서 더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중이다. 그 가운데 2021년 5월 22일 크리스티 홍콩에서 <시간의 전설들>이란 타이틀 아래 1800년대부터 생산된 역사성, 희소성 높은 18점의 시계가 출시됐다. 경매 결과 2019년 11월 이래 크리스티 홍콩에서 세운 마지막 기록을 뛰어 넘는 기록을 달성했다. 지금은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을법한 시계와 가장 고가에 판매된 시계를 살펴봤다.  

ATTRIBUTED TO MOULINIÉ, BAUTTE & CIE. OR J.B. GARRAND, GENEVA. AN EXTREMELY RARE, IMPORTANT AND VERY FINE GOLD ENAMEL AND PEARL-SET FLINTLOCK PISTOL-FORM PERFUME SPRINKLER WITH CONCEALED WATCH

눈길을 사로 잡을만큼 아주 아름다운 권총은 다름 아닌 향수 분무기다. 위트 넘치는 이 권총은 무리니 보트 앤 시에(Moulinie, Bott & Cie) 또는 제네바 J.B.갈란드가 만들었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형태는 현재 12점만 남아 있어서 매우 희소성이 높은 시계다. 예전에 제네바에 있는 파텍 필립 박물관에서 총구에서 새가 나와 노래를 부르는 오토마통을 넣은 권총 형태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중국 시장을 위해 만든 제품으로 시계는 없지만 발포하듯 방아쇠를 당기면 기계식으로 권총 끝 꽃 형태의 출구를 열어 향수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총의 몸체는 금으로 만들었고 손잡이에는 주홍색 반투명 에나멜 기법으로 마감했고 반구형 진주를 부착했다. 몸체 가운데에는 부조 장식을 넣었는데 한쪽은 사냥개, 다른 한쪽은 토끼 형태다.

PIGUET & CAPT. A HIGHLY IMPORTANT AND MAGNIFICENT 18K GOLD AND ENAMEL, PEARL-SET MUSICAL, PERFUME FLASK AND AUTOMATON AMPHORA-FORM WATCH

그리스 유물에서 볼 수 있었던 암포라 형태의 시계는 피게 & 캡트(Piguet & Capt) 사에서 1805년 중국 수출을 위해 만들었다. 장-프랑소와-아담 히스가 작업한 에나멜 세밀화로 회화적인 풍경을 담은 아주 아름다운 장식이 케이스 전면과 후면에 모두 들어가 있다. 어머니와 아이가 포도를 들고 있는 모습의 장식 위에는 시와 분, 초를 별도로 표시한 타원형의 시계가 얹혀 있는데 시계 역시 그랑푀 에나멜 기법으로 완성했다. 후면에는 꽃바구니의 모습과 목가적인 강가의 풍경이 담겨 있는 장식이 있는데 그냥 장식이 아니라 덮개 역할을 하고 있다. 덮개를 열면 안에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조각인 오토마통이 나타나는데 작은 아이가 막대를 들고 올렸다 내렸다 하, 팔의 움직임에 따라 강아지가 함께 움직인다. 워낙 희소성이 높은 작품이라 17억 원대에 낙찰됐다.

PATEK PHILIPPE. A UNIQUE, EXCEPTIONAL AND HISTORICALLY HIGHLY IMPORTANT 18K GOLD AUTOMATIC PERPETUAL CALENDAR WRISTWATCH WITH ENGLISH CALENDAR, LEAP YEAR INDICATION AND “NO MOON”

추정가를 상회하는 금액은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약 35억 원대에 낙찰된 가장 높은 금액을 달성했다. 당시에는 흔하지 않은 오토매틱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이자 문페이즈가 없는 이 모델은 앨런 밴베리(Alan Benbery)를 위해 1970년 영국식 캘린더로 만들어진 시계다. 앨런 밴베리는 1965년부터 파텍 필립에서 영어권 지역 영업이사로 합류, 이후 파텍 필립 빈티지 제품을 수집하고, 그에 대한 책도 저술해 오늘날 파텍 필립의 입지를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1975년 헨리, 필립 스턴의 요청에 의해 문페이즈 대신 윤년 표시로 대체한 커스텀 다이얼을 가진 이 시계는 2008년 소더비에서 184만 스위스 프랑(2020년 6월 환율로는 대략 23억 원 정도)에 판매된 적이 있다.

Text © Manual7
Original Photo © Chris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