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시계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도구가 아니었다. 기계식으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장치! 그것만으로도 만들기 힘들었고 게다가 귀금속과 보석으로 장식했으니 극소수만 누릴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다. 조그만 나무에 눈금을 그어 만든 그림자 시계가 19세기에도 사용된 사례를 보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계는 매우 흔한 사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식 시계를 선택하려고 하면 옛날처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고 있다. 그건 꼭 필요하지 않지만 가지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일듯. 소유욕을 일으키는 큰 요인은 바로 예술이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내려온 기술, 이를 전승한 장인들의 숙련된 솜씨가 아주 작은 손목 시계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그야말로 작품이다.
가죽 공예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에르메스는 시계에도 그들의 명성에 걸맞은 솜씨를 불어 넣기 위한 작업을 해왔고 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전시가 9월 4일부터 17일까지 도산 에르메스 메종에서 열었다. 3층 전시장에는 예술가가 창조한 특별한 전시대가 설치 작품처럼 놓이고 각각 시간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되는지 그 여정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높낮이와 크기가 다른 9개의 상자가 모여 있는 이 놀라운 전시대Cabinet는 1983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는 젋은 작가 기욤 애리오Guillaume Airiaud가 만들었다. 마치 보물상자처럼 빛나고 소리까지 들리는 전시대 안은 각기 다른 9개의 기법으로 제작한 시계와 그 과정을 한 눈에 보여줬다. 국내에는 자기Pocelain 테마를 제외한 8개의 테마를 만날 수 있었다.
에르메스가 올해 소개한 슬림 데르메스 코마 쿠라베 시계는 현재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2015 예술 시계 부문 수상후보작으로 10월 초 한국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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