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를 비롯한 여러 회사와 협업하며 무브먼트를 고안한 프랑스 태생의 시계제작자, 로버트 그뤼벨. 마린 크로노미터 생산지로 유명한 영국 동남부 세인트 올번스 출신으로 아스프레이에서 복원가로 활동하다 스위스로 건너간 스테판 포시. 그들은 무브먼트 및 기술 개발 회사인 오데마 피게 르노 에 파피사에서 프로토타입 제작팀으로 만났고 1999년 각자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의기투합했다.
위 스테판 포시
2000년 당시 극소수 제조사만 만들 수 있었던 뚜르비용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기계식 시계를 구상하고 2001년 컴플리타임(CompliTime SA)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4년 여 개발 끝에 여러 특허 기술을 내놓으며‘기계식 건축가들’이란 별칭을 얻은 그들은 각자의 이름을 딴 그뤼벨 포시를 창립하고 30˚ 기울어져 회전하는 더블 뚜르비용 30˚를 비롯해 쿼드러플 뚜르비용, 뚜르비용 24 세컨즈, 더블 발란시에 35˚등을 소개해 왔다. 일년 100여개 남짓한 적은 생산량에도 가이아상,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최고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로 성장한 건 바로 혁신적인 다축 뚜르비용을 탑재한 시계들 덕분이다. 때문에 그뤼벨 포시하면 언제나 뚜르비용탑재 시계를 떠올리지만 올해 이례적으로 이를 탈피한 시그니처 원을 선보였다.
위 로버트 그뤼벨
기술 설비의 발달로 시계업계에서도 점점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그뤼벨 포시는 2007년부터 도제 시스템 하에 수공으로 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시간의 수호-시계의 탄생(Le Garde Temps – Naissance d’une Montre)’를 펼치고 있다. 시그니처 컬렉션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바로 함께 일하는 팀원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첫 결과물은 브레게, 오데마 피게, 필립 뒤포에 이어 그뤼벨 포시에서 도제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디디에 J.G. 그레틴이 주도했다. 그의 서명이 들어간 시그니처 원은 시, 분, 초 기능만 갖춘 쓰리핸즈 시계로 그뤼벨 포시 최초로 뚜르비용을 탑재하지 않았다. 대신 7시 방향에 그뤼벨 포시가 개발한 특유의 밸런스 스프링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간당 18,000번 진동하는 커다란 밸런스 스프링은 매우 정교하게 사면과 폴리싱 처리로 마감한 길고 아름다운 브릿지로 고정시켰다. 중앙을 벗어난 골드 다이얼 아래 플레이트에는 제네바 스트라이프 마감 처리를 했는데 이 역시 그뤼벨 포시에서는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다. 여전히 2억원에 달하는 고가이지만 그뤼벨 포시 내에서는 당당히 엔트리 레벨이 될 시계는 지름 41.4mm에 두께 11.7mm로 가장 심플한 디자인으로 골드와 플래티늄 33개, 그리고 스틸 소재 33개로 총 66개 한정생산한다. 시그니처 원을 통해 앞으로 시그니처 투, 시그니처 쓰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Photos & Movies © Greubel Forsey
- 이 글은 (주)매뉴얼세븐이 레뷰 드 몽트르 코리아에 기고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