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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he Old Newspaper – 3

1898년 2월 8일자 <독립신문>에 올려진 논설이다. 시계 겉과 속을 인간 행실과 정신에 빗대어 쓴 글이라 읽어볼 만하다. 요약하지면 “용감한 정신, 용맹을 가지라”는 내용인데 지금 코로나로 힘든 우리에게도 와 닿는 말 같아서 올린다. 원문은 마침표가 없어서 마침표로 구분하고 전혀 쓰지 않는 고어의 경우 괄호로 현대어를 병기했다.

사람이 시계를 살 때에 사람마다 기계 속을 모른즉
시계가 좋고 아니 좋은 것을 아는 도리는
다만 전면에 바늘 둘이 시간과 분과 각(초)을
옳게 가르치는지 아니 가르치는지 하는 것을 가지고 아는지라.
그것과 같이 사람을 옳고 그른 것을 아는 것은
그 사람의 하는 행사(행동)를 가지고 알기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라.

설령 시계가 보기에 훌륭하고 금과 보석으로 꾸민 시계나
그 시계가 시를 맞추지 아니할 것 같으면 그것은 시계가 아니라 일개 갑진 물건이라.
금과 보석을 팔면 돈은 생길지언정 시계로 쓸 것은 못 되니
그것과 같이 사람도 외양이 좋고 의복을 잘 입어 보기에는 좋은 사람 같아 보이나
자기 맡은 직무를 못 할 지경이면 무용지인이라.

그러기에 시계 살 때에 외양과 모양은 어떠 하였던지
시만 잘 맞추면 그 물건이 쓸데 있는 물건이요.
사람도 지체가 없고 모양이 준수하지 않더라도
맡은 직무만 착락없이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이 보배로운 사람이라.
(착락은 물건이나 생각이 뒤섞임이란 의미, 혼선에 가까울듯)

시계도 시도 잘 맞추고 또 금과 보석이 많이 들었을 것 같으면 더 좋고
사람도 직무를 잘 하고 외양도 준수할 것 같으면 더 보배로울지라.
그러 하나 첫째 목적은 시계 살 때에는
그 시계가 시를 잘 맞추나 못 맞추나 그걸 상고 하여 할 것이요.
사람 쓸 때에 그 사람이 직무를 잘 하나 잘 못하나 그걸 상고 하여 할 것이라.

시계 중에 기계가 좋건마는 바늘들이 시간을 착실히 가르치지 못 하는 것은
기계의 병이 아니라 바늘에 병이 있는 일이 있은즉
바늘이 반드시(잘) 끼이지 아니 하여도 그러 하고
바늘 만든 강철이 너무 강하든지 유하여도
혹 기계가 속에서 돌리는 대로 돌아 가지 못 할 때가 있는 것이라.

그것과 같이 사람도 마음이 옳고 정즉(정직이란 의미일듯?) 하고 공평 하나 하는 행사는
마음과 다를 때가 많이 있으니 이것은 다른 병이 아니라
옳은 것을 행하는 용맹이 입는 까닭이니
그런 고로 행하는 일인즉 본래 그른 마음 먹은 사람과 같은지라.

사람이 첫째 마음이 강즉(강직)하고 공평하여야 하려니와
다만 마음만 그러하고 그 마음대로 행하는 용맹이 없는 사람은
일에 당하여서는 마음 그른 사람과 얼마 다를 것이 없으니
참 사람은 마음도 공평 하려니와 공평한 마음대로 일을 하는 것이 이룬 그릇이라

대한 인민들이 학문이 없다 하더라도 그 중에 천성이 옳은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나
옳은 일을 옳은 줄 까지 알면서도 행 하지 못 하는 것은 용맹이 없어 그러 한 것이니
그런 고로 어떤 나라가 대한을 대 하여 실례 하는 일이 있더라도
당초에 그것이 실례인지 아닌지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거니와
그 속에 그걸 실례로 알고 분해 하는 마음 있는 사람도 있으나
용맹이 없는 고로 그 분한 걸 감히 나타내지 못 하니
실상 일에 당 하여서는 그 분한 마음 있는 사람이 있어도 쓸데가 없는지라.

용맹이 없는 것은 종시도 더러운 세상을 떳떳한 도리와 의기 보다 더 생각 하는 마음이 있어
그른 것을 바로 잡을 용맹들이 못 나는 것인즉
그 사람이 암만 마음으로는 공평 하고 정즉 하더라도
나라에는 아무 효험도 없는지라.

말로는 충의를 좋은 줄로 말 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마음으로도 충의 있는 남자 되기를 원 하는 자가 있으나
용맹이 없는 고로 그런 마음 한편으로 먹고 또 한편으로는 종 노릇을 하고라도
목숨을 보전 하려는 마음이 곧 쫓아 나오니
충의 남자 되겠다는 생각이 그만 서리를 맞아 장뒤 방에가 앉았으니
무슨 일이 충의 있게 되리오.

예수 그리스도 말씀 하시기를 사람이 상전 둘을 섬길 수가 없는지라
만일 돈과 욕심을 상전으로 섬길 지경이면 옳은 의리를 상전으로 섬길 수가 없고
옳은 의리를 상전으로 섬길 것 같으면 세상 욕심을 생각 하여서는 못 하리라 하신 말씀이 있거니와
사람이 세상 욕심을 의리 보다 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이 있는 고로
누구든지 세상 욕심을 의리 보다 가벼이 여기는 사람을
세계 만국이 다 칭찬 하고 어렵게 여기며 경대 할 생각이 나는 것이라.

누구든지 오늘날 대한서 옳은 사업을 하여
황제 폐하의 위엄과 영광이 세계에 빚 나며 전국 인민의 사정이 펴 가게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같아서는 못 쓸지라.

첫째 그 사람이 세상 욕심이 없어야 할 터인즉
세상 욕심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제 목숨 보전 하는 것과 부귀 취하는 것이라.
이런 어려운 일 하는 사람이 이 의리를 상전으로 여겨야 할 터이요
세상 욕심은 없어야 할 것이라.

세상 욕심을 조금치라도 마음에 품고는 의리를 상전으로 섬길 마음이 설 수가 없고
용맹이 생기지 아니 하여 아무 일도 못 할 터이니
대한에 의리를 상전으로 섬기고 세욕을 티끌 같이 여기는 사람이 오륙 인만 있어도
일천 이백 만 명이 그만 발을 뻣고(뻗고) 편히 자게 될 터이요,
대한 태극 국기를 세계 각국들이 다 우러러 볼 터이라.
대한관민 간에 대한폐하와 이천 이백 만 명 인구를 위하여 목숨 바칠 사람 다섯이 없으니
이러하고야 어찌 신민이라 칭하며 세계에 남자라 이르리오.

사람 다섯이 일심으로 목숨을 버리고 나라를 돕자 하거드면
그 사람은 무슨 지위에 있는 사람이던지 넉넉히 대한 중흥하는 사업을 할 터이요.
의리를 상전으로 섬길 것 같으면 뜻도 못하던
용맹이 자연히 날터이니 용맹만 생기거드면 약한 마음은 자연히 없어지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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