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6월 25일 <독립신문> 3면 1단 외신 소식에 아래와 같은 단신을 발견했다.
덕국 두레스돈이라 하는 도회에 죠희로 만든 시계를 내노핫다더라.
덕국은 독일, 두레스돈은 드레스덴, 도회는 도시, 죠희는 죵희, 19세기까지 쓰던 종이의 옛말이다. 드레스덴에서 1시간 거리에는 독일 시계제작의 명소인 글라슈테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 드레스덴이라고 하는 도시에 종이로 만든 시계가 제작됐다더라’라는 의미일텐데…. 나무로 만든 시계는 있었는데 종이로 만든 시계는 무엇일까?
프랑스어로 파피에-마셰Papier-mâché , 독일어로는 팝마셰Pappmasche라는 공예 기법이 있다. 종이를 물에 녹여 죽처럼 만든 후 접착제를 첨가하거나 자른 종이에 접착제를 발라 반복적으로 붙여 형태를 만드는 기법이다. 어릴 적 신문지를 녹여 밀가루 풀을 섞어 바가지에 바르고 말려 가면을 만들었던 방식과 같다. 지공예라 할 수 있는 이 기법은 고대 중국, 고대 이집트 등에서부터 사용한 것으로 유럽에서는 목재의 저렴한 대안으로 가구, 접시, 인형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됐다. 검색해보면 여러 겹을 바르고 말린 후 색을 입혀 마치 나무로 만든 것과 같은 형상이다. 시계는 무브먼트는 아니고 시계 외부의 케이스를 이 기법으로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만든 시계로는 검색으로 찾기는 어려운데 같은 기법으로 등록된 시계를 보면 이런 형태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위 사진은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 등장했던 1790년경 제작한 탁상시계다. 시계 몸통을 파피에-마셰 기법으로 제작한 듯 보인다.
Text © Manual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