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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ier Tank Watch

1.
까르띠에 탱크가 세상에 나온 건 1917년. 1914년부터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였다. 유럽도 어수선했을 무렵 까르띠에 3대손의 첫째, 산토스 뒤몽 시계를 고안하고 파리 부티크를 도맡아 했던 루이 까르띠에가 프랑스 르노사에서 만든 탱크의 바닥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시계가 탱크다. 이미 산토스, 토노, 베누아 등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형태의 시계를 개발한 뒤, 직선을 간결하게 살린 탱크는 192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과 어우러져 100년이 넘도록 사랑받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탱크에 관해서는 프랑코 콜로니가 쓰신 <The Cartier Tank Watch> 책을 참조하면 된다. 책은 계속 재인쇄하면서 내용과 사진을 개편했는데 사실 구버전이 더 좋다. 까르띠에가 올해 소개한 탱크 머스트 시계의 경우 그 전 에디션에는 잘 나와있는데 마지막 개정판에는 안타깝게도 그 부분이 쏙 빠졌다. 중고로 책을 웃돈 주고 구입해야 한다는…

2.
탱크는 출시 후 가장 오랜 기간 존재감을 드러낸 컬렉션이다. 1917년 이후 탱크는 그 형태와 그에 걸맞는 이름으로 꾸준히 생산됐다.

1921년 길이는 더 길어지고 옆은 곡면을 가져 아치형이라는 이름을 붙인 탱크 상트레(Cintrée),
1922년 중국 사원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탱크 시누아즈(Chinoise),
1917년 출시한 원본에 가까운 탱크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
1928년 다이얼 전면을 막고 2개의 창만 뚫어 놓고 그 아래 2개의 디스크로 시와 분을 표시하는 탱크 아 귀셰(a Guichets: 기셰는 창, 구멍, 작은 문이라는 의미),
1932년 르쿨트르의 리베르소와는 다르지만 케이스를 역전할 수 있는 탱크 바스큘랑트(Basculante : 앞 뒤로 움직인다는 의미),
1936년 마름모꼴로 기울어진 다이얼과 케이스를 가진 탱크 아심메트리크(Asymétrique)는 2020년 새 버전과 스켈레톤 모델도 출시했었고,
1952년 직사각형 형태를 강조한 탱크 렉탱귤레르(Rectangulaire),
1960년 길쭉한 미니 탱크 알롱제(Allongée),
1977년 인덱스를 걷어내고 색상이 들어간 래커 다이얼에 금 도금 케이스를 적용한 탱크 머스트(Must),
1980년 상트레의 변형인 탱크 아메리칸느(Américaine),
1996년 정사각형에 메탈 브레이슬릿을 적용한 탱크 프랑셰즈(Française),
2002년 가로로 긴 사각형 케이스의 탱크 디반(Divan),
2012년 크라운 부분이 독특한 탱크 앙글래즈(Anglaise),

그리고 까르띠에 파리 컬렉션 프리베(CPCP)를 통해 몇 가지 독특한 탱크 시계를 발표했고 2009년 파인워치 메이킹 컬렉션을 통해 스켈레톤 시계도 소개했다. 그 외 현행품에는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탑재한 탱크 MC, 반대로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탱크 솔로(Solo)가 있다.

3.
까르띠에는 최근 베누아, 팬더 등 1970-1980년대 재정비된 컬렉션을 또 다시 변신시키고 있는데 1977년 출시한 탱크도 그 중 하나다. 탱크 머스트의 경우 얼핏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케이스 가장 자리는 둥글게 다듬었고 다이얼 비율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크라운은 각면이 아닌 오리지널 버전과 마찬가지로 비즈 크라운을 채택했다. 금속 밴드의 경우 산토스처럼 교체가 쉬운 시스템으로 바꿨고 가죽 밴드는 전통적인 아르디옹 버클(핀 버클)로 되돌렸다. L 모델의 경우 8년 수명을 자랑하는 고성능 쿼츠 무브먼트로 교체할 예정이다. 좌우 케이스에 40~42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모델도 소개했다.

4.
XL 모델의 경우 1847 MC 자동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해 초침과 함께 다이얼 위 6시 방향에 오토매틱을 표기하고 날짜창도 뒀다.  

5.
탱크 머스트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주목할만한 점은 쿼츠 무브먼트의 변화다. 보통 쿼츠 무브먼트 배터리의 수명은 2~3년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까르띠에는 집적 회로의 개선을 통해 동일한 전지 용량의 수명을 최대 8년까지 늘린 쿼츠 무브먼트를 개발, 이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이 바로 솔라비트(SolarBeat)TM 무브먼트다. 리치몬트 그룹 산하 무브먼트 제조사인 발플러리에와 함께 2년에 걸쳐 개발한 솔라비트 무브먼트는 태양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광전지를 탑재하고 있다. 시계 다이얼 위 로마 숫자 부분에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아주 작은 구멍을 냈고 그 구멍을 통과한 햇빛이 광전지에 닿아 배터리 수명을 자그마치 16년까지 연장했다. 앞으로 모든 쿼츠 시계에 이를 점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이 시계는 블랙 외에 산뜻한 민트와 스카이블루 스트랩을 적용했는데 놀랍게도 40%가 식물 성분으로구성되어 있는 과일가죽으로 만들었다. 이 소재의 경우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음식 산업을 위해 재배한 사과에서 나온 폐기물을 이용해 제작한 것이라고. 어떻게 사과로 스트랩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에 관해서는 별도 글로 올렸다! (관련 글로 이동) 까르띠에는 소재 생산은 이탈리아, 스트랩 제작은 포르투갈, 시계에 부착, 조립은 스위스에서 마무리했다. 작년부터 시계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친환경성에 부합하는 변화를 담은 소재라 할 수 있는데 그야말로 광전지와 더불어 환상의 조합을 보여주는 이 시계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무척 기대된다.

6.
1980년대에는 인덱스를 없애고 단색 래커로 마무리한 시계들을 소개한 적 있다. 2021년 모노크롬에 경의를 표하며 블루, 그린, 레드의 삼색 다이얼을 가진 탱크 머스트도 소개했다. 각 시계에는 탱크 특유의 로마 숫자 인덱스, 레일로드 트랙, 블루 핸즈도 없다. 오직 브랜드 이름에 쿼츠 무브먼트로 구동되는 시침과 분침만 볼 수 있는 깔끔한 다이얼 색을 자랑하며 동일한 색상의 스트랩을 적용했다.

7.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1922년 소개한 시계다. 케이스 크기를 키우고 모서리는 부드럽게 변형시킨 형태에 2021년 로마 숫자와 바 인덱스 아래 사각 색상 띠를 넣은 새로운 다이얼을 추가했다. 옐로 골드 케이스에 빨강, 로즈 골드 케이스에 파란 다이얼이고 모두 1917 MC 수동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신제품인 경우 경우에 따라 8년까지 국제 보증 기간 연장을 할 수 있는 까르띠에 케어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까르띠에는 2021년 새로운 탱크 시계 출시를 기념, 제작연도와 상관없이 소유한 탱크 시계에 무료 점검과 수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랍 속에 있는 탱크 시계라면 한번 검수 받아보길.

Text © Manual7
Original Photo ©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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