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쉐론 콘스탄틴 레 컬렉셔너
스마트워치의 출현에도 기계식 시계의 인기는 여전하다. 완만하지만 성장세를 보이는데 이와 더불어 동반성장하고 있는 세계가 바로 빈티지 시계다. 시계업계에서는 100년이 넘은 시계는 앤틱, 50년 넘은 시계를 빈티지 시계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지금 빈티지 시계는 대략 1970년대 이전에 생산된 시계를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1969년 실제 상용으로 나온 쿼츠 시계의 탄생이 2019년 50주년을 맞이했다.
빈티지 시계들의 인기를 증명하는 곳은 바로 경매 시장이다. 2014년 헨리 그레이브스의 파텍 필립 수퍼 컴플리케이션이 260억 원에, 2018년 배우 폴 뉴먼의 롤렉스 데이토나가 200억 원에 낙찰되면서 각각 회중시계와 손목시계의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빈티지 시계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서울 인사동에서 1965년 창립, 2대를 이어 가고 있는 용정콜렉션 정도. 그 외에는 일반적인 중고거래소나 위탁 판매소 정도가 있을 뿐이다. 서울옥션과 K 옥션 등 대표적인 경매사가 있지만 아직은 시계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계식 시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처럼 빈티지 시계의 인기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브랜드의 행보다. 직접 빈티지 시계를 구매해서 검수와 복원을 거쳐 다시 고객에서 선보이는 컬렉션을 내놓기 시작한 것. 까르띠에에서는 프리베 컬렉션이라 해서 오래된 탱크, 산토스 등을 들여와 전시와 판매를 한 적이 있고 바쉐론 콘스탄틴에서도 레 컬렉셔너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한 번의 끊김도 없이 264년을 이어온 역사 깊은 브랜드다.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긴 역사 속 선보인 시계들은 그야말로 시계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바쉐론 콘스탄틴에서는 헤리티지 부서를 설립해 그간의 특허와 제작, 판매를 위한 자료부터 책상등 제작 도구, 그리고 시계까지 방대한 자료를 수집, 정리하는 한편 레 컬렉셔너도 구성했다.
레 컬렉셔너는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앤틱쿼럼 등에서 열리는 경매부터 고객으로부터 직접 수집한 시계들로 구성된다.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선별되는데 예컨데 부품부터 케이스까지 원본 제품이어야 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보유한 제품 목록 자료와 비교해서 무브먼트 번호, 케이스 번호, 시계 품번 등이 일치해야 한다. 또한 과거 인기 있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모델, 현재 바쉐론 콘스탄틴이 추구하는 방향성에도 부합해야 한다. 2018년 바쉐론 콘스탄틴은 1950년대 시계에 영감을 받은 피프티 식스 컬렉션을 출시했는데 이를 반영한 듯 레 컬렉셔너에는 1940~1960년대 시계들이 수집됐다.
수집한 시계는 검수, 수리, 복원 과정을 거치는데 기능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개월이 소요된다고. 모든 부품은 원본이어야 하고 만약 여분의 원본 부품이 본사에 없을 경우 새로 제작하는데 이때 중요한 점은 시계를 제작할 당시 장비를 사용해 제작한다는 사실이다. 스트랩 버클도 원본과 동일한 형태로 제작된다. 세심한 과정을 거친 시계들은 기록을 위해 사진 촬영을 거쳐 상세한 설명을 담은 새로운 품질 증명서와 함께 레 컬렉셔너란 이름으로 고객과 만난다. 그리고 2년의 품질 보증 기간도 제공된다.
만약 경매사나 중고 거래상에서 구입해 시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다시 바쉐론 콘스탄틴에 의뢰해 수리를 맡겨야 하는데 레 컬렉셔너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다. 바로 고객에게 보여지기 전에 모든 검수와 수리 과정을 끝냈고 본사에서 보증하는 품질 보증서에 2년의 보증 기간도 주어지므로 구입 후 발생하는 문제에 바로 대처할 수 있다. 같은 품번을 가진 모델인데도 레 컬렉셔너가 기존 경매사와 중고 거래상에서 판매되는 시계보다 더 고가에 책정된 까닭은 바로 이런 과정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현재 레 컬렉셔너 컬렉션은 1년에 대략 70~80여개로 구성되어 있고 이를 나눠 전세계 부티크에서 순회 전시를 하며 판매되고 있다. 시계가 판매된 경우 다른 시계들로 다시 채워지는데 생산연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예컨대 한국에서는 레 컬렉셔너가 2016년, 2017년, 그리고 2019년으로 3번째 소개되는데 2016년에는 회중시계가 더 많았고 2019년에는 손목시계가 많고 생산연도도 1965년산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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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 Vacheron Constantin